범식's 타로
@SOMEDAY2YOU
神
어느 외딴 고립된 지역. 높고 험한 산 안쪽에 형성된 마을. 강력한 힘과 통제에 의해 행동은 제한되고 정의는 성립되지 않으며 모든 자유를 잃은 채로 무력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불현듯 찾아온 새로운 만남,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그리고 우리 앞에 펼쳐진 갈림길. 선택의 갈림길에서 두 사람의 운명은? 이것은 운명을 극복하기 위한 이야기입니다.
신야는 선택하는 사람. 즉, 이 동화의 주인공입니다. 마을의 젊은 지도자입니다. 그리고 혁명단을 이끄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을 목적지로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아무래도 통제를 받는 입장이다 보니 여러모로 고된 위치입니다만,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문제를 잘 조율해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강경한 방법도 서슴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현실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안개가 가득 낀 것처럼 흐리고 당장이라도 폭풍이 몰아칠 것처럼 하늘은 어둡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믿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그가 이 어두운 하늘을 걷어내고 태양을 몰고 오리라는 것을요.
또한, 이 목표를 이룬다고 해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내면에 안고 있습니다.
햐사는 조언자. 즉, 주인공을 보조하는 파트너 역할입니다. 어쩌다 길을 잃고 마을에 들어오게 된 이방인이자, 정확히 말하면 사기꾼(...)이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입니다만 주인공과의 교류를 통해서 희망과 결단할 용기를 얻게 되며 순수함을 되찾고 이후로 주인공의 동료이자 이해자로서 활동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서 필수적인 인물. 영리하고 유능하기 때문에 주인공이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에게 무언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사실은 혁명과는 거리가 아주 먼 국가 소속 인물입니다.
사실 두 사람은 새를 이용해 편지를 주고받던 사이입니다. 햐사가 단순한 호기심과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날려 보낸 목적지 없는 편지가 우연히 신야에게 닿았고 또 그날따라 우연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신야가 답장을 적어 돌려보낸 것까지. 어쩌면 운명이 빚어낸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신원도 모르는 상대와 연락을 주고받다니 요즘 세상에 참 위험한 짓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건 가벼운 심심풀이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서로의 일상에 몇 안 되는 즐거운 시간이 되고 결국 이 편지 너머의 상대에게 묘한 신뢰가 생기게 됩니다.
여기서 햐사는 자신의 상황을 알고 이 또한 언젠가 끝날 마법 같은 일, 자신의 정체를 들키면 끝나게 될 관계라는 것을 알지만 그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정체를 숨긴 채 그를 찾아가게 됩니다. 워낙 험한 지역인지라 길을 잃어버린 탓에 처음 계획했던 것과는 많이 틀어지게 되었지만요. 주인공과의 교류, 마을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느껴본 적 없는 따스한 애정을 통해 충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점점 마음이 기울어지고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무언가 이상해지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천칭이 완전히 기울면 햐사는 그들을 선택하기로 합니다.
신야 역시 갑자기 나타난 햐사를 수상한 사람이라며 경계를 풀지 않지만, 꼭 마법에 걸린 것처럼 그 시간이 기다려지고 소중해집니다. 만약 정말 마법이라면 언젠가는 풀릴 테니 그동안은 잠시 즐겨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마법은 풀리기는커녕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아요. 그사이에 감정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또한 햐사가 자신과 편지를 나누던 사람이라고 어렴풋이 눈치를 채고 있습니다. 타이밍 좋게 편지가 끊긴 이후에 나타난 사람, 편지 너머의 사람을 연상시키는 대화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필체가요. 하지만 먼저 말해주지 않는데 자신이 먼저 캐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니 먼저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고자 합니다.
그 이후로 여차여차… 두 사람은 함께 고난을 헤치며 나아가는 사이가 됩니다. 서로 돕고 의지할 수 있는 새로운 관계가 형성됩니다. 그러나 자신이 과거에 명령이라는 명목하에 행한 일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남은 불안함에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신야는 햐사에게 비밀이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눈치채고 있었지만 신뢰하는 사람이기에 묻어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입니다. 누군가 과거의 햐사를 본 적이 있다… 순식간에 퍼져나간 이야기, 사람들 사이에 햐사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시선이 변화합니다.
햐사는 결국 줄곧 우리에게 걸려있던 마법이 풀려버렸음을 깨닫습니다. 신야는 실망했을까요? 어쩌면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이런 날이 오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역시 그의 싸늘한 얼굴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됩니다. 설령 자신이 이를 해명한다고 해도 이미 한 번 낙인찍힌 꼬리표는 끊임없이 따라붙겠죠. 그렇게 된다면 신야에게 폐가 될 겁니다. 어쩌면 그 역시 의심을 받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니 주인공을 기만한 악역은 이쯤에서 퇴장입니다. 그를 떠나서 혼자 그에게 도움이 될 수단을 찾고자 합니다.
이야기가 항상 드라마틱한 전개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신야는 사라진 햐사를 찾지 않습니다. 관련된 이야기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한 사람만을 쫓아가기에는 그는 이미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시련에 좌절하는 것도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살아있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그저 그렇게, 몰아치는 폭풍 속에서도 묵묵히 노를 저을 뿐입니다. 신야가 선택한 것은 미래입니다. 미련이 남더라도, 서랍 깊숙한 곳에 묻어둔 편지를 꺼내 문장을 한 줄 쓸어볼지언정 결코 멈춰 서지 않을 것. 아마 떠나간 그 사람도 이걸 원하지 않았을까요. 서로가 선택한 위치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날 이후로 긴 시간이 흘러 기어코 혁명의 불길이 타오릅니다. 뿌리를 갉아 먹힌 기둥은 거센 바람에 쓰러지고 쉽게 타오릅니다. 많은 사람의 도움과 희생으로 이뤄낸 승리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름 모를 누군가가 국가 기밀 자료들을 빼돌려 보내준 것이 컸죠. 혁명단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함정이 아닐까 많은 의심과 회의가 오갔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신야의 결정에 따라 믿어보기로 했죠. 놀랍게도 전부 정확한 정보들이었고요. 그러니 기뻐해야 마땅하나 다소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분명 우리의 자유를 얽매고 있던 족쇄를 끊어냈는데 무엇이 아쉬운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내가 극복하고자 한 운명의 결말일까요. 평생 신념으로 삼아온 일이 오늘따라 원망스럽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혁명 이후 신야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줄곧 삶을 이끌던 목적이 사라진 탓에 여러모로 불안하긴 합니다만 잘 정리하고 초반에는 어지럽던 세상도 점차 안정적으로 나아지고 있습니다. 자신만 빼고요. 혁명을 마치고 찾아온 공허함에 신야는 속절없이 침잠하고 말았습니다.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다소 충동적으로 행동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위험을 감수할 때마다 운 좋게 살아나거나 상황이 신야에게 유리하게 돌아갑니다. 이건 정말 운이 좋은 걸까요? 아니면……. 행운이란 대개 덧없고 순간적인 일에 불과하지만 이와 같은 일이 지속해서 일어나자 무언가 직감한 듯 신야는 마지막으로 하나의 도박에 도전합니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새에 편지를 달아 날려 보내는 겁니다. 만약 자신이 정말 운이 좋다면 편지는 그리운 그 사람에게 닿겠죠. 그리고 그때에는, 네가 나를 만나러 왔던 것처럼 내가 너를 찾아가겠노라고. 그렇게 또 다른 이야기로 향하는 길이 열립니다. 이건… 해피엔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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