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나 저러나 같이 있자고 먼저 제안한 건 신야인가 싶네요. 햐사가 크리스마스에 항상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더라도 말이에요. 그렇다보니, 자신이 곁에 있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필요 이상으로 다가가면, 가까워지면 안 돼. 이렇게 생각을 하지만, 사실 그게 마음처럼 되는 것도 아니고, 힘든 시간에 같이 있어주는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 사실 처음에는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낼 생각이 아니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네요. 자기 자신을 추스르는 데에 많이 힘이 든다고 해야 할지…… 말할까봐 두려워하는 듯한 느낌도 크고요. 그렇지만, 같이 있자고 말하는데 그걸 완전히 뿌리칠 수 있을 정도로 성격이 단호하거나, 매정하지가 못하대요. 신야를 보면서 안 좋은 생각을 많이 하기도 하겠지만, 혼자 있는다고 또 그걸 안 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같이 있게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세계관이 일반적인 현대와는 많이 달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두 사람이 같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 만한 장소 자체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가봐요? 그렇다보니 같이 시간을 조용히 보낼 수 있을 만한 장소, 가 제일 중심인가봐요. 빈 손으로 같이 있는다거나 하는 느낌보다는, 우선 두 사람에게 필요한 건 사적인 시간이다. 라는 느낌에 더 가깝네요. 같이 있는 동안 준비한 선물도 있겠지만, 신야에게 있어서는 그게 별로 중요하지가 않았대요.
― 반면에 햐사는 일단…… 크리스마스라는 날에 자기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는 것부터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선물이나 어떤 물질적인 것을 준비할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평소에 비해서도 좀, 멘탈적인 여유를 많이 잃은 상태일 거라는 느낌이네요. 그런데 그런 상태에서, 신야가 주는 선물을 받고, 같이 시간을 사적으로 보내고……. 좀 회복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 같아요.
― 정말 둘은 오랜만에 자신이 어느 직급을 가진 누구고, 무슨 일을 하고, 이런 걸 잠깐 쯤은 잊은 채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거라고 하네요. 그리고 그게 정말 그 만남의 목적일 거고요. 특히나 햐사 쪽은 조금 위기감마저 느낄 거라고 해요. 위기감이랄지, 죄책감이랄지. 지금 눈 앞에 있는 신야의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이 기쁘지 않다고 말할 수가 없어서. 그래서 마음이 많이 누그러지는 게 아닌가 싶네요.
― 신야는 햐사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가장 큰 신뢰를 맡겨두고 있어요. 그 어떤 상황과, 그 어떤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신야는 햐사가 한 일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거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햐사는 자신을 볼 때 일종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해야 할까, 너무 중압감에 눌려있는 게 보였나봐요. 그래서 그걸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누군가를 마음 놓고 좋아할 수 있을 만큼 믿는다는 건 히이라기 신야라는 사람에게 있어 굉장히 큰 일이기 때문에.
― 그렇지만, 그에게 있어 그것이 입을 열어 꺼낼 수 있는 말은 아닐 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아주 솔직하게 무언가를 털어놓을 만한 성격이 아닌 것도 있구요, 그것을 말하기에는 자신의 위치나 여러 가지로 걸리는 것들이 아직 너무 많대요. 자신을 좋아하는데 그것을 애써 티내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걸 알기도 할 테고요. 그래서, 얌전히 자신의 마음을 누르려고 하지 않겠나, 싶은 결과입니다.
― 햐사는 계속 미안하다는 감각을 느끼고 있는 것 같네요. 물론, 햐사가 지키고 있는 침묵은 그를 위한 것이고 본인을 괴롭게 만들기만 했겠지만, 죄책감이라는 것이 그런 것을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따져서 생기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보니. 자신이 신야를 기만하고 있다는 감각마저 들 때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언젠가 이것을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하고 회의감도 가지고 있을 테고요. (10년이라는 카운트 제한도 있으니.)
―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말은 전할 수 없대요. 아직 '시기상조'다, 라는 카드가 뜨기도 했고…… 본인도 이야기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을 거래요. 말하지 못하는 괴로움은 있겠지만, 말하지 못해서 생기는 괴로움보다도 그 날의 끔찍한 기억으로 인한 괴로움이 더 클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앞에 있는 기회를 뻥 차서 버릴 만큼 어리석은 아이는 못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 이렇다보니, 두 사람은 당장의 상태에서 아주 서로에게 솔직해지거나 무언가 마음 놓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상태일 거라고 하네요. 각자가 서로 관계에 있어서 죄책감을 품고 있어서 일정 이상 더 가까워지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상대에게서 멀어지기에는 가지고 있는 마음이 너무나도 무겁고 소중한지라. 그래서 당분간은 현상유지, 라는 느낌으로 카드가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이것을 뒤집기 위해서는 아주 큰 변화가 필요할 거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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